2013년 9월 8일 일요일

[리뷰] 경제학자의 영화관

영화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통틀어 발생했거나 발생할 수 있을만한 일을 극적인 요소를 투입해서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표현해내거나 영화가 제작된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한국 영화상에서도 이런 모습은 1970년대부터 2010년 대까지 다채로운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남녀간의 이야기를 묵직한 톤으로 표현한 영화들이 많았다면 90년대 후반부터는 상업성을 강조한 영화들과 2000년대 초반부터는 관객들이 함께 웃고 울고 즐기는 영화들이 많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가 단순히 웃고 울고 즐기는 내용만 들어가 있을까? 한빛비즈에서 출간된 '경제학자의 영화관'은 저자 박병률이 영화에서 발견한 경제학 원리를 영화속의 장면과 함께 풀이해서 독자에게 안내한다.

 

저자 서문에서 저자는 '장발장'의 이야기를 영화로 표현한 '레미라제블'를 들어 '장발장'이 살았던 19세기 경제상황과 경제학 원리인 '확증편향'를 시작으로 당시의 지니계수가 높아서 발생한 '블랙스완'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단순히 우리는 영화 '레미라제블'의 '장발장'을 보면서 그가 살았던 생애를 추측하고 그의 상황에 가슴 아파하고 울기도 하지만 저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경제학적 프레임을 적용해서 보면 영화의 스토리 외에 경제학적 원리가 나타나게 된다.

 

물론 영화를 경제학적 프레임으로 보기 때문에 경제학 원리가 보이는 것이겠지만 사실 사회학적 프레임으로 영화를 본다면 사회학적 원리가 보일수 도 있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런 추측을 해본다.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은 50년을 전후로 해서 "진정한 사랑이 유통기한이 있나요?" 란 질문을 던지고 첫 사랑을 찾아나서는 클레어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영화 속의 클레어는 부모님의 반대로 첫 사랑 상대인 "로렌조"를 떠나야 했고 50년이 지난 다음에야 74명의 "로렌조"를 찾아나서고 클레어는 로렌조를 만나게 된다.

 

저자는 첫사랑에 있어 "한계효용"이란 경제학 용어를 이끌어 낸다. 한계효용은 마음속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거듭할 수록 그 비용이 줄어드는 것을 말한다. 경제학에서는 한계효용이 줄어들면 그것을 중단하라고 말하지만 사람의 "첫 사랑"은 경제학처럼 이성적이지 않다.

 

그래서 영화 속 클레어는 손자 찰리에게 "Don't wait 50 years like I did. Go! Go! Go!" 라고 말하며 찰리에게 사랑을 찾으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에게 첫 사랑은 한계효용이 줄어드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좋은 기억만 남는다. 결국 사랑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사랑은 경제학적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감정만이 된다.


저자는 영화들을 통해 다음과 같은 경제학 원리와 현상를 풀어낸다.
 

타이타닉 : 가격차별(1차, 2차, 3차)과 셔먼법

부러진 화살 : 세테리스 파리부스(모든 현상은 변수가 개입되지 않을때 설명 가능하다)

시라노 연애조작단 : 비교우위를 통한 선택과 집중

범죄와의 전쟁 : 승수효과(경제효과가 몇배나 발생했는지 계산한 것)

별을 쫓는 아이 : 공유지의 비극과 사유지의 비극(이 문제는 공동관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블랙 스완 : 발생할 수 없는 0.1%의 현상(19세기 프랑스 혁명 블랙 스완 현상을 톡톡히 설명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내 이름은 칸 : 확증편향(아무리 봐도 내 말이 옳다는 심리)

퍼펙트 게임 : 밴드왜건효과와 스놉효과

만추 : 파노블리효과와 베블런효과

은교 : 넛지효과

의뢰인 : 콩도르세의 역설

페이스메이커 : 차선의 이론, 빠른 2등

 

마당을 나온 암탉 : 자본주의

완득이 : 자본론

푸른 소금 : 화폐제도

아티스트 : 금융거품

인사이드 잡 : 도적적 해이와 부자감세

월스트리트 : 주가 조작을 통한 적대적 인수

 

헤어드레서 : 기업가정신

광해, 왕이 된 남자 : 조세평등주의, 로빈후드효과

화차 : 복리의 저주와 사채

제인 에어 : 보험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 : 저작권과 특허

 

도가니 : 내부고발자와 전관예우, 리니언시 제도

대부 : 지하경제의 단면과 리스크 관리

방가? 방가! : 이주노동자

내 아내의 모든 것 : 엥겔지수

세 얼간이 : 행복의 역설

 

이프 온리 : 손실회피성향과 프레이밍 효과

세상의 모든 계절 : GDP의 오류

호우시절 : 신호보내기

코파카바나 : 통계의 오류

남극일기 : 경제 지수와 V-코스피지수

 

저자는 35개의 영화를 통해 다양한 경제학 원리와 현상을 스토리와 주인공의 심리, 영화속 현상을 가지고 이야기 한다.

 

영화 속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저자가 풀어내는 영화 속 경제 이야기는 아무 생각없이 보기에는 너무나 생생한 이야기가 많다. 2013년 8월에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자본주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그 문제점을 내보인다.

 

영화속에서만 경제를 찾아볼일은 아니겠지만 웃고 울고 즐긴 다음엔 영화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볼 차례다.

 

마지막으로 저자 서문에서 두보의 말을 통해 저자는 독자에게 바라는 책의 마음을 전한다.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호우지시절)'

 

본 리뷰는 '한빛비즈'의 '비즈리더스 3기' 활동을 통해 지원받았습니다.

 

2009년 4월 5일 일요일

고객과의 Fight. 이익은 없다.

지난 2009년 3월 17일인가.. 19일인가 한빛미디어에서 주최하는 이벤트에 응모했다. 물론은 아니지만 이벤트에서 리뷰를 대상으로 했던 책을 구입해뒀던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제재를 갖지 않는 참가 자격 덕분으로 생각지도 않았던 도서 리뷰 기회를 얻게 되었다.(나중에 이 증정 서적은 사내의 좋아하는 아가씨에게 넘겼다.)

사회에서 나 이외의 사람과 살아야 하는 건 사람의 피할 수 있는게 아니라고 본다. 또한 그렇게 본다면 사람과의 조합인 조직에서 다른 조직과의 공존을 목적으로 또 다른 조직을 설득하거나 싸움을 벌여야 한다.

작은 의미에서 큰 의미로까지 나 아닌 사람은 설득의 대상일 수 있다. 이 중에서 설득을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말로? 카리스마로? 둘 다 아닐 것이다. 말로 설득할 수 있다면 그(그들)는 사기꾼일 것이오. 카리스마로 설득할 수 있다면 그는 조직의 보스일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설득의 방법은? 열과 성의를 다해 고객을 설득하는 것이다. 어떻게?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하여 답을 찾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은 삼성 SDS에 계신 2분의 제안의 고수들이 동시대의 고민을 같이 하고 있는 제안가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가득 담긴 책이다.

저자인 류현주씨와 박민영씨는 제안에 대해 나꼼수씨와 정도만씨(X트라로 한가닥씨도 등장한다)의 이야기를 중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잠시 뒷길로 빠지는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난 저자 2분 모두 여자분인줄 알았는데, 박민영씨는 남자분이시고, 게다가!! 내가 속해 있는 사내의 부서명과 이름이 일치해서 깜짝 놀랐다.(내가 속한 부서는 민영사업부문)

이 리뷰를 쓰기 전에 나는 야후! 코리아에서 제안이라는 단어에 대해 살짝 검색해 봤는데 한자로 다음과 같은 단어가 검색되었다.

"提案" 끌 제, 책상 안

이것만 보고서는 영 感이 없다. 책상을 왜 끈다는 건지? 내가 몇 해 전에 기획서, 제안서 관련 서적들을 읽으면서도 느끼지 못했던 건 내가 실천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겠지만 IT라는게 생긴지 채 100년도 안되는 역사 속에서 IT의 제안은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 나 혼자 하는게 제안이 아니라는걸 몰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객으로부터 출발하라. 고객 마음을 사로잡겠다면..."

책에 있는 목차의 한 구절인데, 두 해 전에 작성했던 50여장의 제안서가 문득 떠올랐다. 난 RFP도 뭔지 잘 모르고 그 당시엔 단순히 개념도 없었으니 그 사업에 이미 진출했었던 업체의 제안서를 고객사에서 얻어와서 거의 고대로 복사해서 약간만 고치고 제출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개발자로서 했던 그 제안은 정말 쓰레기 중의 쓰레기가 아니지 않았을까 싶다. 난 RFP를 분석하는 방법으로부터 시작해야 했던 것 아닐까? 아니면 제안서를 쓰기엔 너무 나이가 어렸던 것 아닐까? 노! 당시 26이었으니 나이가 어렸던 것도 아니다. 단지 너무 개념이 없었을 뿐이었던거다.(이 리뷰를 통해 그 당시 분들께 사과 드린다.)

도서 한 페이지씩 글귀를 통해 나를 종아리 내려치듯 하는 글귀는 나를 부끄럽게 했는데, 그 절정은 "제안서 작성, 준비 없는 시작은 뒤로 반걸음 가기"였다.

그랬다. 2007년 초기에 제안서를 작성한답시고 까불거렸던 나는 제안서를 작성하지도 않고 빈둥대기만 했다. RFP는 그저 참고 항목이었을 뿐.. 반성의 계기를 가지게 되었다.

2007년에 시작했었던 그 제안서 작업을 엉망으로 망쳐놓고서도 그 사업에 참여한 컨소시엄이 없던 덕분에 난 사업을 통째로 말아먹었고 그 다음해에 병역 이행을 마치기 위해 병특 업체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회사 특성상 영업과 제안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했다.

한 번은 내가 속한 팀의(그땐 개발팀) 부장님이 밤새도록 집에도 안가시고 손잡고더불어(내가 속한 회사의 방 이름은 한글로 정겹게 지어져 있다.)에서 나오시지도 않고 이것저것 서류를 보시며 발음 연습을 하고 계셨는데 5-6차례의 강의 경험이 있던 나로서는 그런 모습이 영 익숙치 않았다(내가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에야 "고객을 위한 쇼를 하라. 쇼!"를 위해 준비한다는걸 알게 되었다. 무엇때문에 우리는 그토록 리허설을 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제안은 "고객을 설득하는 것" 아니 그 이상의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계속해서 제안서 작업 때문에 밤을 새시거나 늦은 밤 회사에 call 당해서 오시는 사우들을 보면 안쓰러울때가 있다. "제안의 자산화, 밤 안 새는 지름길이다" 가 안되어 있어서 그런것일까? 필시 그것은 아닐 것이다.

책이 알려주는 여러가지 길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나는 아직 제안이 두렵고 무섭다. 하지만 나 자신조차 설득하지 못하고 고객과 Fight를 버린다면 나는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할 것이다.

책의 끝머리엔 저자과 독자에게 던지는 문장 하나가 있다. 그 문장에서와 같이 나 역시 내 자신을 위한게 아니라 고객을 위해 회사를 위해 제안 작업을 두려워하지 않고 저자분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그럴 마음이 있다.)

하지만! 아직 제안 작업에 나서기엔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하지 않나? 오늘도 제안이 아닌 일로 고객을 설득하러 나서본다.